+ 2015년에 그렸던 민화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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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갱신: 2021/06/30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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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숲에 쳐들어왔을 때 헤라크로스와 비퀸은 싸웠다. 소미안과 에몽가는 더 깊은 숲속으로 숨었고 브이젤은 물 속 깊이 잠수했다. 조로아크는 두꺼운 나무 기둥 뒤에서 처음 보는 인간들이 둥그런 도구로 동료들을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간이 꺼낸 불꽃 포켓몬은 거대하고 튼튼해서 꼭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 같았다. 인간의 손에 키워진 포켓몬은 늘 숲속에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강하다. 그 힘을 탐내어 스스로 인간을 따라나서는 포켓몬도 있었다. 그러나 조로아크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포켓몬이 아니었다.

커다란 괴수가 숲을 불태우고 동료들의 가냘픈 목을 물어뜯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조로아크는 나서지 않았다. 고향이 없어져도 조로아크는 순응했다. 조로아크는 그런 포켓몬이었다.

 

이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와 숲의 명예는 포기할 수 없다, 예전에 그리 말한 동료가 있었다.

그래서 한 줌의 재가 된 로젤리아를 조로아크는 기억했다.

작은 들꽃을 꺾어 화관을 만들어주곤 했던 로젤리아를 떠올릴 때마다, 조로아크는 생각했다.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무엇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나는 살아야지.

 

 

언어

처음에는 나무 기둥 뒤에 숨어서 트레이너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포켓몬.’ ‘배틀.’ ‘몸통박치기.’ ‘잡았다.’

조로아크는 성대를 가다듬었다.

그르르'는 어느새 호그앵몽'이 되었고 호그앵몽, 호그앵몽, 호그앵몽, 수백 번의 반복 끝에 보갱몽이 완성됐다. ‘보갱몽'이 완성되었을 때즈음엔 '', ‘'을 말할 수 있었다.

 

인간의 단어 중에서 가장 발음하기 쉬운 것은 미아였다.

그래서 조로아크는 그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 , 미아.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조로아크는 숲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조로아크로 돌아오지 않았다.

 

 

인사

아주머니'는 인심이 좋은 사람이었다. 아주머니는 열정적으로 숲에서 온 미아의 보호자를 찾았지만, 인근 도시들의 포켓몬센터에 전단지를 붙이고 도로에 현수막을 붙여도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러 오는 부모는 없었다. 그리하여 아주머니는 계획에 없던 아이를 키우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빵을 팔아 아이에게 책을 사 읽혔고 , , 미아'밖에 말하지 못하던 아이는 빠르게 말이 늘었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아이는 마을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아이로 돌아오지 않았다.

 

 

통로

그는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목소리가 쉬어서 그르렁거리는 짐승 같다며 잘 말을 하지 않는다. 창백한 피부에다 건조한 입술은 거의 푸른 끼가 돈다. 퀭한 얼굴 한가운데에 형광의 눈빛은 어쩐지 이질적이다.

그는 어렸을 때 친구가 포켓몬에게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악몽을 꾸는 탓에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음식도 먹는 족족 체하는 일이 많아 몸이 쇠약해졌다 한다. 몬스터볼을 보는 것만으로 어지럼증이 와서, 포켓몬센터는커녕 프렌들리숍 근처에도 못 간다고 한다. 포켓몬을 만날까 두려워 집밖을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하는 그에게, 그래도 햇빛과 바람을 쐬는 편이 좋다고 충고하는 좋은 이웃들이 있다.

그러나 겨우 지나가는 말에 그치는 염려. 그는 그런 이 동네 특유의 거리감을 좋아한다.

사람을 겨우 존재하게 하는, 사람을 거의 잊혀지게 두는.

 

트레이너는 배틀로 상금을 따고, 제빵사는 빵을 구워 팔듯이 그는 글을 쓴다.

그는 포켓몬에 관한 글을 쓴다.

 

커튼의 틈새 사이로 해질녘의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테이블 위에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홍차가 놓여 있다. 그는 편지를 뜯어보고 있다.

 

포켓몬을 그토록 두려워하면서 어째서 포켓몬에 대한 글을 쓰냐는 질문에는, 포켓몬이 두려운 존재가 아닌 세계를 상상하며 쓴다 대답한다.

직접 관찰하고 겪은 일처럼 생생하다는 감상에는, 말은 고맙지만 전부 공상 속의 이야기이며 현실의 자신은 몬스터볼조차 만질 수 없다고 답장한다.

 

당신의 글을 읽고 뇌문의 서쪽에 있는 특정한 숲을 떠올렸다는 익명의 트레이너의 편지에는, 곧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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